지난해 성사 직전까지 갔던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간의 기구 통합 작업이 새해 들어 다시 추진될 전망이다.

한교총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에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한기총과의 기구 통합을 다시 추진하기로 하고 예장합동 총회장인 오정호 목사를 통합추진위원장에 추대했다. 오 목사는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올해가 한기총과의 통합 골든타임이라며 이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고 본다라는 말로 통합 의지를 드러냈다.

한기총은 지난해 양 기구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를 제27대 대표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오는 30일 총회에서 추대가 확실시되는 정 목사 또한 한교총과의 통합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 목사는 지난 19일 대표회장 후보 정견발표 자리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안고 있는 제일 큰 문제가 통합이라며 작년에 한교총과 통합을 추진했지만 잘 되지 못했다. 통합을 안 하면 한국교회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빨리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새해 들어 두 기관 모두 통합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향후 통합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도 잘 나가다가 급제동이 걸렸던 만큼 통합 무산의 결정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복기할 필요가 있다.

두 기관은 지난해 추진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라 할 수 있는 명칭과 정관 등 핵심사항을 모두 합의했다. 그런데 한교총 상임회장회의에서 일부 교단장이 한기총 내 이단 문제를 선결과제로 거론하면서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올해 통합 추진도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수용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그런데 한기총은 내부에 이단이 없다는 입장이고, 한교총은 이단 선결 처리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한기총 내 이단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해도 일사천리로 통합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 한기총에선 명칭과 사무실을 모두 한기총 그대로 쓰기로 한 것엔 만족하고 있으나 한교총 정관을 준용하기로 한 게 문제다. 한교총 정관은 교단만을 회원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한기총 내 회원단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여전히 불씨가 될 수 있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건 오랜 숙원이자 과제다. 성경적으로나 정치색에서 보수 성향을 지닌 두 기구가 통합하면 한국교회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난 명분 못지않게 서로가 통합을 원하는 속내도 중요하다.

한교총은 한기총의 역사성과 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회원 자격이 필요하고, 한기총은 한교총과의 통합을 과거 불법 금권선거와 이단 집합소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재정적으로도 안정을 기하는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건 서로가 시각은 다르지만 얼마든지 윈-윈이 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본다.

다만 두 기구의 통합을 한국교회의 하나됨으로 평가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진보적 색채를 가진 NCCK는 논외로 치더라도 한기총 금권선거 사태로 탄생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통합의 테이블에서 제외한 건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라는 대명제에 어울리지 않는다. 또 한국교회는 두 교단이 통합하면 하나가 아니라 서너 교단이 생기는 이상한 고질병이 있다. 이런 문제를 확실히 해야 두고두고 말썽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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