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달력은 마지막 한 장이 남았지만, 교회력은 2024년이 시작됐다. 11일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태양력과 달리 교회력은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123일 대림절 첫 주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올해 대림절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온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후 처음 성탄절을 준비하는 절기란 점이다. 하지만 도심 곳곳에 세워진 성탄트리에 불이 밝혀지고 주요 백화점에 설치된 대형 LED 전광판이 시선을 잡아끌 뿐 우리 삶의 현실은 무겁기 이를 데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 한파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극화에 따른 사회 갈등으로 주말마다 도심 한복판에 시위가 끊이지 않는 형편이다.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여러 가지 갈등이 표출되며 진영 간의 대결이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국제 정세의 불안 요인을 키우고 있다. 중동전 발발이 우리 안보에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가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북한의 대대적인 도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40여 년 이래로 요즘처럼 심각한 위기가 닥쳤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러시아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일으킨 전쟁이 유럽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폭격하고 민간인을 납치해 시작한 중동전쟁의 여파가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정세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지구 곳곳에서 일어난 재난과 전쟁이 늘 약자에게 참혹한 결과를 안긴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 침체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을 삶의 위기로 몰아넣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게다가 기후 위기는 인류 전체의 미래의 삶이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은 온 세계에 분쟁과 기아, 질병을 물리치고 구원과 평화를 선포하는 특별한 절기적 의미가 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희망의 빛으로 세상에 오셨음을 고백하고 그 평화(샬롬)를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역사적으로 숱한 위기기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일제에 굴복해 신사참배를 자행한 건 교회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오욕이다. 그러나 그런 배교 행위가 보편화 된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순교의 길을 걸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교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교회 안의 교인들뿐 아니라 온 국민의 희망이 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오늘 사회에 희망이 되고 있는가. 배척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으면 다행이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은 성장기를 지나 이미 쇠퇴기에 들어섰다. MZ 세대들이 교회를 등지고 저출산으로 교회학교 문을 닫은 교회가 부지기수다. 노인 세대만 있는 교회가 무슨 수로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겠나.

대림절은 세상에 오실 주님을 기다릴 뿐 아니라 왜 오셨는가를 생각하는 절기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이 절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자명하다. 대림절을 맞는 이 땅의 교회들이 새로워지고 각성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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