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제41회 총회에서 관심이 집중된 상임회장에 합동측 권순웅 목사가 당선됐다. 기호 2번 권순웅 목사가 100표를 얻은 반면에 1번 김순미 장로(통합)67표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런데 총회가 끝났음에도 상임회장 선거를 놓고 여전히 뒷말이 무성하다. 그 이유는 그동안 회원 교단 간에 사전에 조율과 안배가 이뤄져 별 탈이 없었던 상임회장 선거에 대 교단인 예장 합동과 통합에서 각기 후보를 등록하면서 막판으로 갈수록 과열 혼탁선거 양상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이번 상임회장 후보에 등록한 두 사람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에서 총회장과 부총회장을 역임한 경력으로 볼 때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은 총회장을 역임한 남자 목사고 한 사람은 부총회장을 지낸 여자 장로라는 게 문제의 발단이다.

장로교단 간의 화합과 일치를 도모할 목적으로 출범한 연합체에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건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한장총은 일부 교단이 아직 여성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후보 추천과정에서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미숙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가 과열되면서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볼 때 향후 한장총의 앞날이 염려되는 게 사실이다. 그런 조짐은 후보자 중 한 사람이 지난 3월 그루밍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경기도 분당 소재 모 교회의 담임목사 사건의 해결사 노릇을 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총대들에게 전달되면서 시작됐다. 직후에 통합측이 여장로를 상임회장 후보로 추천한 것을 비난하는 내용의 문건이 총대들에게 뿌려졌다.

서로를 비방할 목적의 문건이 총대들에게 전달되는 건 이번 선거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모두가 패자다. 더구나 선거에 나온 모 후보가 돈을 뿌렸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장총의 위상에 심대한 타격이 미칠 수도 있다.

그동안 크게 주목을 끌만한 사건이 거의 없었던 한장총이 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후보자 사이에 상대방을 비난하는 문건이 뿌려져 이슈화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 이슈가 과열 선거의 전형적인 폐단의 하나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 보인다.

예장 통합과 합동 등 한국교회 내로라하는 교단들은 얼마 전까지도 부총회장 선거에서 거액의 돈을 뿌리는 문제로 기독교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질타를 받았다. 그런 과열 타락 선거가 장로교 일치를 위한 단체에서 재연된다면 그 끝은 일치가 아니라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한장총은 41년 전 장로교 예배모범만이라도 하나를 이루자는 소박한 뜻을 가진 7개 교단으로 출범했다. 그런 한장총이 오늘 40여 교단이 가입할 정도로 양적으로 팽창했다. 그것이 본래의 취지보다 연합체로서의 위상을 키우는데 주력한 결과라면 오늘의 사태가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다.

지금 장로교 전 교단이 급격한 교세 감소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현실에서 연합기구가 최소한 과열 혼탁선거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자정 능력이라도 떨어진다는 증거일 것이다. 어떤 선거든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지금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져야 할 선거가 과열 혼탁으로 흐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반성하고 선거 후유증을 수습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