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수천 발의 로켓포를 발사하며 일으킨 유혈 충돌이 전 세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면서 충돌이 일어난 지 수 일 만에 벌써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확산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슬람 무장세력인 하마스는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하고 납치했다는 것만으로도 반인륜적 만행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스라엘의 보복성 반격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분쟁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조속히 종식되는 게 최선이다.

이번 유혈 충돌은 하마스 무장세력 수십 명이 유대교 명절인 초막절을 기념하는 음악축제에 난입해 젊은이들을 향해 무차별로 총격을 가해 살해하고 일부는 인질로 납치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무장세력이 가자지구 전역에 침투해 민간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행위를 저지른 건 무슨 이유에서건 반인륜적이란 규탄을 피할 수 없다.

중동에서 벌어진 사태를 결코 먼 나라의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우리 국민 누구라도 도심에 비 오듯 쏟아지는 총탄과 미사일 포탄에 속절없이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뉴스로 보며 이 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벌어지지 않을까 불길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한반도는 가자지구 못지않게 잠재적 화약고로 분류되는 곳이다. 북한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장사포로 백령도와 연평도 등 도서 지역을 포격하면서 서울 도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하마스 공격에 이스라엘의 최신식 방어시스템인 아이언돔이 무용지물이 된 것도 우리에겐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이 최첨단 방어시스템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한국군의 방어 모델이란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군이 아무리 최신식 방어시스템을 구축해도 북한이 재래식 무기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입증된 셈이다.

하마스는 국가조직이 아닌 일게 이슬람 무장조직에 불과하다. 이들이 북한제 무기를 가졌다는 것도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 반면에 우리가 상대하는 북한은 훨씬 고도화된 무기체제를 갖추고 있다. 핵무장을 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 그런 북한을 상대하는 우리로선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대북 대응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첨단 무기를 사들인다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지금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국가 안보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이야말로 이런 안보 개념이 투철한 나라이다. 하지만 힘에 의한 평화가 만고의 진리는 아니란 점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사례에서 드러났다.

아무리 단순한 우발적 충돌이라도 일단 벌어지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가 나라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힘겨루기를 통한 평화가 위험천만한 이유다.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를 지키는 게 훨씬 가치가 있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