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이 지난 7일 긴급 임원회를 열어 예장 성서총회 총회장 김노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제명했다. 우연인지 의도인지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한교연이 실행위와 임시총회를 열어 성서총회의 가입을 승인해 정치보복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김노아 목사는 한기총에 가입해 지난 10여 년간 별 무리없이 활동해 왔다.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이단 시비가 재연되고 그럴 때마다 재조사를 받는 등의 곤욕을 치렀지만 두 번씩이나 대표회장 후보로 나서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비록 대표회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긴 했으나 그 정도로 한기총에서 중심 역할을 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그에게 또다시 이단 관련 시비가 일어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한기총 이단대책위가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해 12월에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김노아 목사에게 소명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김노아 목사는 이대위의 소명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에 대해 반복되는 의혹 제기에 심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이대위는 지난 411일 회의에서 그를 이단으로 결정한 조사 결과를 그대로 임원회에 상정했고, 이를 임원회가 그대로 처리한 것이다.

한기총의 제반 규정에 의하면 이단 규정 등 중요한 사안은 반드시 실행위 결의를 거치게 돼 있다. 그런데 한기총은 긴급 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처리했다. 지난 실행위에서 김노아 목사에게 소명 기회를 준 후 임원회에서 최종 처리하라고 결의한 데 따른 것이지만 적법성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임원회에서 김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당장 내부에서 절차적 하자 논란이 일었다. 실행위의 결의가 제반 법과 규정에 어긋난 이상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거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을 주워 담기는 어렵게 됐다.

그런데 김 목사에 대한 이단 규정에 절차적 하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이대위가 김 목사 등 일부 회원에 대해 이단 관련 조사를 하면서 그걸 풀어주는 조건으로 지도부가 어떤 요구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문제는 이단 관련 조사 목록에 포함된 모 인사가 한기총 지도부 인사와 통화한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일파만파로 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기총 임원회는 대표회장인 정서영 목사가 소집자다. 유고 등 특별한 비상상황이 아닌 이상 대표회장이 회의를 주재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대표회장이 아닌 사무총장이 임원회를 주관했다. 다른 일도 아니고 이단을 규정하는 중대한 회의를 대표가 아닌 사무를 관장하는 사무총장이 주재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지난 7일 실행위원회와 임시총회에서 성서총회를 회원으로 인준한 한교연은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교연은 지난 11일 발표한 논평에서 한교연 회원을 무고하고 폄훼하는 그 어떤 행위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총은 과거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이단 규정 또는 해제로 논란을 자초했다. 그런 한기총이 어렵게 정상화의 길에 접어든 마당에 이런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 더구나 한교연은 보수 통합의 대화 파트너가 아닌가. 이번 일로 그런 기대와 바람이 완전히 물 건너가지 않으려면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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