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윤 목사가 <구약문지방넘기>, <신약문지방넘기>, <요한계시록은 쑥떡이다>를 펴낸데 이어 4번째 책 <누가복음에 풍덩>(2019년 11월 초판 발행, 만우와 장공, 480쪽, 값 2만원)을 펴냈다. 이 책은 ‘평신도를 위한 누가복음 해설’이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평신도들이 이해하기 쉽게 누가복음 전체를 본문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해설했다.

이 책은 친근하고 흥미진진하게 글을 풀어갔다. 신학적인 책이나 학술적인 책과는 달리 누구나 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평이한 문체로 썼다. 마치 구수한 사랑방 대화를 하듯이 글을 재미있게 전개하여 책이 술술 읽히며, 한 번 손에 쥐면 놓기 힘들 정도이다. 저자의 말대로 ‘가갸 뒷글자로 모르는 사람’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그 흔한 외래어, 한자어를 거의 쓰지 않고 순수한 우리말을 쓰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한마디로 저자의 한글 사랑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예수님의 행적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은 물론, 예수님이 살아 우리와 함께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저자는 독자를 충분히 배려하면서 글을 써 내려갔다. 저자는 책머리에 있는 ‘먼저 알아 두세요’에서 누가복음에 대한 세 가지의 상식을 밝히고 있다.

“하나는, 누가복음은 공관복음서의 하나이고, 다음은, 누가복음은 이야기체로 되어 있으며, 마지막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누가의 2부작이다”가 바로 그것이다.

이어서 ‘이렇게 읽으세요’에서는 누가복음을 읽은 방식을 10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책의 맨 마지막에서는 누가복음의 핵심 주제를 요약해 주고 있다. 저자는 누가복음 전체의 주제를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눅6:36)’이라고 요약하고, 자비로운 사람의 특징을 ‘기도와 나눔’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누가복음은 이렇게 신앙의 영적인 차원과 사회적 차원을 훌륭하게 묶어 놓았다고 설명한다. 각 문단마다 ‘묵상과 토론’ 제목을 주어서 평신도들이 성경공부를 할 때 같이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

또 누가복음을 읽으면서 놓치기 쉬운 점들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다른 복음서의 내용과 뒤섞여서 우리 머릿속에 있던 내용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누가복음의 특징을 밝혀내고 있다. △아기 예수를 방문한 목자들은 예수님께 찾아가서 한 일은(?) △병든 종을 위해 예수님께 간구했던 백부장은 예수님을 만났나(?)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환영하는 무리들은 왜 ‘땅의 평화’ 대신에 ‘하늘의 평화’를 외쳤나(?) △부자 청년은 예수님 곁을 떠났나(?) △탕자의 비유에서 탕자는 아버지한테 고할 세 가지 고백 중 마지막 고백을 빠뜨렸나(?)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에서 음부에 빠진 부자는 왜 아브라함을 ‘아버지’라고 부르나(?) 등의 의문을 던진다.

▲ 평신도를 위한 누가복음 해설집 <누가복음에 풍덩>을 펴낸 오종윤 목사.

한편 전자는 다양한 예화를 발굴, 독자들로 하여금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예화집에 나오지 않는 순수한 우리 예화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적절하게 인용했다. 조선시대 야담집이나 동양고전, 우리나라의 소설과 시, 다양한 인문학 분야의 책들을 망라했다. 인문학의 향연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일반 예화로는 토정 이지함의 상소, 연려실기술에 나오는 ‘반역과 반국’ 이야기, 며느리밥풀꽃, 주역(천지비와 지천태), 홀딱벗고새(검은등뻐꾸기), 정경옥 박사의 원수 사랑, 연세대 대자보, 무당의 옷(쾌자, 철릭) 여운형 일화, 새끼곰 납치, 이게 아닌데(장사익 노래), 이집트의 파리 떼, 개상질, 화순의 청동기 유물, 맹자의 ‘권’과 안식일법, 황사영의 손목에 맨 빨간 천, 이 중에서도 ‘노루 왕 이야기’는 자못 감동적이다.

△시와 소설은 김영랑의 ‘내 마음 아실이’, 백석의 ‘모닥불’, 김소월의 ‘닭소리’, 정호승의 ‘오병이어’, 김수영의 ‘고궁을 나오면서’ △시조는 바람도 쉬어 넘는 고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황석영의 ‘수인’, 조정래의 이야기 △영화는 ‘미션’, 히치 콕의 ‘사이코’,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초대교회 문헌은 도마복음에서 ‘잃은 양의 비유’와 ‘원수 갚는 칼잡이 비유’, ‘디다케’ 문서 등을 끌어와 누가복음을 우리의 역사와 현실과 비교해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저자는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속담을 적절하게 인용했다. 수시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속담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에 나오는 속담은 핑계 핑계 도라지 캐러 간다, 허리띠가 길 양식, 껍질 상하지 않게 호랑이 잡을 수 있나, 여북하면 오뉴월 닭이 지붕을 후빌까, 호랑이가 고슴도치 앞에서 하품 하듯이, 동네 송아지는 커도 송아지란다, 호랑이도 과부 외아들이라면 물어가다가도 놓아준다, 큰 산 넘어 평지 본다(북한 속담), 홍길동 합천 해인사 털어먹듯, 고양이가 기름종지 노리듯,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참새가 죽어도 짹한다, 호랑이 굴에서 노루가 물려갔다면 그게 토끼 짓인가 너구리 짓인가,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망신살이 무지개 퍼지듯 등이다.

저자는 누가복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평가를 받는다. 평신도를 위한 책이라고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저자는 누가복음에서 신학적으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첫째 시몬을 제자로 부르는 이야기-누가복음은 마태나 마가와 달리 시몬이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 받는 과정에서 겪는 내적인 갈등과 고민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둘째 나인성 과부의 아들이 살아나는 이야기-예수님의 활동 중 최고 절정에 있는 사건으로 해석한다.

셋째 ‘불의한 청지기 비유’와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 연결-‘불의한 청지기 비유’에서 재물로 친구를 삼으라고 했는데, 그 친구가 바로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에 나오는 나사로라고 해석한다.

넷째 ‘예루살렘 여행기’를 증인 선발 과정으로 해석한 점은 독특하다. 학자들은 눅9:51-19:27을 ‘예루살렘 여행기’라고 이름 붙였다. 헌데 저자는 더 나아가서 예루살렘 여행기가 예수님을 증언할 증인 선발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500쪽에 가까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피와 땀, 그리고 정성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누가복음 전체의 윤곽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교회에서 성경공부 교재로 쓰든지 교인들에게 선물로 활용하면, 설날 덧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평생 농촌교회에서 농민들과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여온 저자는 이 책을 이 땅의 농촌교회를 섬기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바친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저자는 10여년 전에 내 놓은 구약 39권 해설서인 ‘구약문지방넘기’가 절판되어 개정증보판을 다시 냈다. 여기에는 초판에 없던 ‘함께 생각해 봅시다’를 39권마다 넣었고, 부록으로 9개의 지도를 실었다. 책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02-363-4881)에서 구입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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