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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희의 '장미'(평설 정재영 장로)

기사승인 2020.01.08  16: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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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애써 감추려 해도
입가에 가득 번지는 미소

그러나 어찌
눈에 보이는 것이
가슴에 담겨 있는
모든 것일 수 있으랴

마음 살짝 보여주고
돌아서며
먼 산에 눈 줄 때

보일 듯 말 듯
문득 눈가에 글썽이는
이슬

하늘은 멀어
다가서지 못하고
낯 붉히고 돌아서 있는
오후

아무 말 못하고
서 있어도
눈에 잡히는 미소

  - 『시와함께』 2019 창간호에서

* 김순희 시인:
 이화대학교 국문과. 『문학마을』 등단.
 시집 『함께 있고 싶은 사람』  『우리 마주 보고 웃자』 등 영랑문학상 본상

   
▲ 정 재 영 장로
통상적으로 장미는 열정을 상징한다. 그러나 화자는 장미를 잔잔한 미소로 본 것이다. 장미를 의인화시켜 새로운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장미(薔薇, rose)의 꽃말은 색깔에 따라 의미가 다양하다. 빨간 장미는 욕망, 열정, 기쁨, 아름다움. 절정 등이지만 하얀 장미는 존경과 빛이라 한다. 아마 후자 장미 이미지가 아닐까. 장미의 화려함이 아닌, 입가에 미소를 잔잔히 머금고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장미의 모습과 달리, 화자는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른, 가슴 속에 있는 장미의 진의 즉 장미의 화려함에 담겨진 본질적인 모습을 창조적으로 그려보고 싶은 것이다.(2연)

진심을 다 전달하지 못하고 겉으로 보여주는 잔잔한 미소, 말하고 싶은 마음을 차마 다 전달하지 못하고, 먼 산에 눈을 주는 엉뚱한 행동으로 눈물을 숨기는 마음, 마지막 연에서까지 아무 말 못하고 서있는 장미는 화자 자신인 것이다. 노출되지 못한 마음이나 노출시킬 수 없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읽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애절함의 극치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순수의 정서, 즉 자기제어를 통해 견디어 내는 순애보적인 모습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이 연상에 이르면 장미의 미소는 신앙의 단면으로 해석이 가능해진다.

장미에 대한 이미지를 통해 절제된 자기 정서의 통제와 관리를 보여주고 있다. 삶 자체에서도 통제하지 못하는 감성은 아름답지 못하다. 2연에서 다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을 5연에서 시간을 견디는 자기 절제를 보여줌으로 아가페라는 사랑의 순수한 단면을 말함이다. 절제하지 못하는 사랑은 자기중심적인 욕심일 수 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닌 욕망이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정재영 장로 webmaster@cknews.co.kr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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