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릴 때, 그 시간이 빨리 오기를 가슴 설레었던 기억을 누구나 한번쯤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어 마음이 분주해지고 그 누군가를 위해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노라면 밀려오는 기쁨과 희열로 가득찼던 그런 마음을. 대림절은 바로 그런 시간이다. 우리를 구원해줄 그리스도의 오심을,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대림(待臨, Advent)은 ‘도착, 찾아옴’을 의미하는 라틴어 Adventus를 번역한 말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임하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이 말은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어 오심과 주께서 세상 끝날에 다시 오심을, 즉 그리스도의 탄생과 재림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대림절에 교회강단의 휘장이나 설교자의 스톨 색깔은 보라색으로 단장한다. 보라색은 속죄와 참회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림절에 교회들은 성탄절까지 4주 동안 매 주 하나씩 4개의 촛불을 밝히는 거룩한 예식을 진행하게 된다. 대림절에 촛불을 하나씩 밝히는 이유는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강림하실 메시야이자, 죄악과 어둠으로 갇힌 이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시고 구원으로 인도하실 빛 되신 구주 예수님을 소망가운데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절 첫 번째 주일에는 진보라색의 촛불을 밝히는데 이는 기다림과 소망의 촛불로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기다린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주일에는 옅은 보라색 촛불을 켜는데, 그 의미는 회개와 평화의 촛불로서,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질 수 없도록 서로 다투며 싸우고 분쟁하며 시기했던 우리의 죄악된 모습을 회개하며 평화의 왕으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의미를 나타낸다.

세번째 주일은 더 옅은 촛불을 켜는데 이는 사랑과 나눔, 기쁨의 촛불이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우리의 주위를 돌아보며 어렵고 굶주리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며, 서로 기쁨으로 예수님을 기다리는 촛불이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주일은 흰색의 촛불을 켜는데,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과의 만남을 의미한다. 죄가 없으신 예수님과 죄 많은 모든 인류와의 만남과 화해, 회복과 그리고 사랑을 의미하는 촛불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런 대림절의 촛불도, 대림절의 진정한 의미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오늘날 교회들은 추수감사절에 이어 성탄절 절기헌금을 거두는 날, 연합성가대가 준비한 캐럴로 예배를 대신하는 날, 예배 후에는 온 가족이 값비싼 선물을 주고받고 모처럼 비싼 외식을 하는 날로 대림절과 성탄절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렸다.

교회가 잃어버린 것은 비단 겉모습뿐이 아니다. 죄에 빠져 영 죽을 나를 위해 대신해 죽으신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내 죄를 참회하고 내 속에 가득 찬 욕망을 비우는 돌아보는 대림절의 진정한 의미조차 애써 기억해 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말연시에 들뜬 분위기 속에서 먹고 마시는 축제에 휩쓸리는 편이 더 낫다고 여기는 교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인류에게 동일한 은총이자 선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주님은 철저한 회개와 속죄없이는 오시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대림절이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