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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주 교수] 비아 마리스 via maris (출 13:17)

기사승인 2019.11.07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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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창 주 교수

이집트에서 가나안에 갈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다. 첫째는 북동쪽의 ‘해변 길’이고, 두 번째는 남동쪽으로 우회하는 ‘광야 길,’ 세 번째는 중간으로 관통하는 ‘조상의 길’이다. 바로를 가까스로 설득한 모세는 서둘러 이집트를 떠나려는 참이다. 세 갈래 길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 잠시 멈칫 했을까? 모세 일행은 고센에서 가나안으로 곧장 이어지는 지중해의 길을 따라 바로의 추격을 속히 벗어나야 한다. 출애굽기는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로 소개한다. 흔히 ‘해변 길’로 불리는(사 9:1) 이 도로는 이집트가 북쪽으로 진격하기 위한 군사도로이며 지름길이다.

<개역개정>의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이나 <공동번역>의 ‘블레셋 땅으로 가는 길’은 이해할만하지만 <새번역>의 ‘블레셋 사람의 땅을 거쳐서 가는 것’은 번역이라기보다 해설에 가깝다. 히브리어 ‘데레크’(ךרד)는 사전적으로 ‘길’을 가리키지만 ‘통하여’(through)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불가타는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을 ‘비아 마리스’(via maris)로 번역한다(사 9:1). NRSV와 NJV 등의 ‘through the land of Philistine’ 번역을 참조하라. 이집트에서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를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국제적인 도로, 곧 호루스의 길(ways of Horus)로 불린다.

모세는 놀랍게도 가나안에 도달할 수 있는 단거리 ‘호루스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 해변 길을 택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바로의 국경 수비대가 요충지에서 경계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따라오는 추격대까지 염두에 두어야했다. 더구나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스라엘은 필경 이집트로 돌아가려고 할 것이다(17절). 그렇다면 모세에게 선택지는 광야 길과 조상들의 길이 남는다. 조상들의 길은 네게브 광야에서 브엘세바에 이르는 가나안의 산악지대로 뚫린 길이다. 블레셋의 중심부를 통과하여 가나안으로 이어지는 길로 알려졌으나 기원전 12세기 무렵에는 그랄 일부 지역으로 제한된다. 그러니 모세와 이스라엘 회중이 고센 땅에서 조상들의 길을 선택하기란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모세와 이스라엘은 시내 반도 남쪽을 경유하는 광야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곧 가나안 땅에서 가장 멀리 우회하는 남동쪽 노선이다. 하지만 가장 안전하며 무엇보다 바로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적합한 행로다. 그렇다. 모세의 선택은 ‘광야 길’이었다. 사람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얼른 눈에 띠는 지름길을 택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모세의 판단은 달랐다. 비록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이 최단 거리일지라도 쉽고 빠른 길에 지불되는 비용과 위험성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의 결론은 시내 광야 남쪽으로 돌고 돌아가는 먼 길이었다(출 13:18).

오합지졸 이스라엘을 이끌고 이집트를 허겁지겁 떠나온 모세는 가까운 길 비아 마리스를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이집트 고센에서 메소포타미아를 잇는 해변 길은 가장 빠른 길이자 오랜 길이다. 투트모스 3세의 연대기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가나안까지 열흘길이며 거리로는 약 340km 지점이다. <Propp, 486; 사르나, 205> 그 중간에 블레셋이 위치하기에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로 불렸으며 북의 메소포타미아와 남쪽의 이집트로 가는 관문이다(창 26:1-2).

‘비아 돌로로사’는 ‘십자가의 길’로 알려진 편이나 ‘비아 마리스’(via maris)는 다소 생소하다. 이 길은 출애굽 경로를 설명할 때 이집트에서 가나안에 이르는 지름길을 가리킨다. 최단 길에는 어떤 식으로든 비용이 발생한다. 마치 빠른 고속도로를 지날 때 통행료를 지불하듯!! 모세는 가나안에 가는 지름길을 익히 알고 있었으며 또한 그곳을 통과할 때 감수해야할 위험성과 지불해야할 비용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시간은 더 걸리고 거리상으로는 훨씬 돌아가는 ‘광야 길’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세와 이스라엘에게 가나안으로 가는 지름길은 역설적으로 시내 광야로 멀리 돌아가는 길이다.

한신대 구약학

김창주 교수 webmaster@cknews.co.kr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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