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일상적으로 늘 말하던 것이 실제로 어떤 사실을 가져오는 결과가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결국 말에는 자신의 책임이 뒤따른다는 말이다. 사람이 가진 신체 중에 세치밖에 안 되는 혀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해서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격언은 그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두 달여간 국론 분열의 주역이 되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결국 과거에 자신이 내뱉은 말과 SNS에 올린 글이 날카로운 발톱이 되어 자신을 찌르는 격이 되었다. 그와 그의 가족이 온갖 편법과 불공정 의혹으로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한 그의 과거 발언은 차가운 비수가 되어 돌아왔고, 결국 그의 발목의 족쇄가 되고 말았다.

며칠 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는 조국 전 장관의 의해 임명된 법무부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장의 과거 트위터 막말이 논란을 불렀다. 그는 과거에 올린 “한나라당 이 개××들...” “비리가 치마냐 들추면 성추행이게!” 등등의 욕설과 성희롱 성 글들로 인해 야당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또한 야당 소속의 법사위원장은 “웃기고 앉아있네 ×× 같은게” 라고 말했다가 여당 의원들로부터 혼쭐이 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요즘 유튜브에서 맹활약하는 유시민 작가는 개인방송에서 조국 수사에 대한 KBS 기자와 검찰의 유착 의혹을 주장하며 “검사들이 KBS의 A 기자를 좋아해 술술술 흘렸다. 검사들에게 또 다른 마음이 있었을런지 모르겠다. 많이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기자의 실명까지 거론하는 방송을 해 성희롱 구설수에 올랐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정치세계가 아무리 더럽기로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더 더러울까 싶은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는 걸 예사로 한다. 지난 대선에서 보수 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전 지사는 대선 기간 내내 막말에 가까운 저속한 언사로 결국 온건한 보수 지지층의 마음까지 등 돌리게 만들었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막말과 선동만 있는 정치가 부끄럽다”고 토로하며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욕설과 막말에 무딘 정치판에 이런 양식있는 사람들이 늘어나지는 못할망정 결국 뜻을 접고 떠나야 하는 것이 오늘 한국 정치의 냉혹한 현주소다.

막말이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요즘은 성직자들의 입에서도 구린내 나는 말을 쉽게 듣는 세상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 사건이 났을 때 한기총 부회장 조모 목사는 임원회 석상에서 “안산의 사는 가난한 집 애들이 수학여행을 불국사나 가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 이 사단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가 이 말이 모 언론에 보도되며 호된 여론의 비판세례를 받았다. 한기총 대표회장은 과거에 한 부적절한 발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여지껏 구설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목사들이 강단에서 설교할 때 언사를 특히 가려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일부 목사들은 교인들을 향해 함부로 말하는 것을 무슨 특권인 냥 여긴다. 낯부끄러운 표현과 저속한 말을 듣고도 재미있다고 웃어넘기는 교인들의 태도도 문제이다.

예수님은 속 다르고 겉 다른 바리새인들을 향해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고 경고하셨다. 그리스도인으로 부름 받은 우리들은 속이는 말이나, 남을 공격하고 찌르는 데 혀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말, 죽어가는 자를 살리고 세우고 채워주는 말이 어두운 세상을 밝게 만드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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