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함민복의 '버스에서'(평설 정재영 장로)

기사승인 2019.10.09  12:27:21

공유
default_news_ad1

버스에서

임산부와 함께 앉게 되었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 동행하게 되었네

아이와의 인연으로
내 인생이 길어지자
나는 무상으로 어려지네

버스가 조금만 덜컹거려도 미안한 마음 일고
따갑게 창문 통과하는 햇살 밉다가
길가에 핀 환한 코스모스 고마워지네

아이가 나보다 선한 나를
내 맘에 낳아주네
나는 염치도 없이 순산이라네

 

 -『시와함께』 창간호(19년 가을)에서

*함민복 : 『세계의 문학』 으로 등단
         시집: 『눈물을 찌르는 눈꺼풀처럼』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외

   
▲ 정 재 영 장로
기승전결이 분명하여 논리적이다. 이 말은 구성이 과학적이어서 설득하는 힘이 구체적이며, 납득시키는 힘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삼단논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수필이나 꽁트를 시의 형식으로 담고 있는 기분이다. 버스 안에서 동행한 임산부의 아이를 생각하다 보니 화자도 아이가 된다는 뜻이다. 누구나 동질감(공감)을 쉽게 느끼게 해준다.

우선 역지사지라는 말이 떠오른다. 임신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이의 입장이 되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자기 속의 새로운 순수함의 아이가 생긴다는 것을 삼단논법으로 제시한다.

첫 연에서 ‘함께 앉게 되었네“라는 말과, ’동행‘말은 연상하는 뱃속 아이와 동행임을 말하고 있다. 즉 임신부만 아닌 아이와의 3인의 동행인 것이다.

2연은 순수가 주는 의미를 말하고 있다. 아직 살아내지 않은 인생까지 예견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생긴다는 의미로, 아이와 동행하려는 화자도 덩달아 ‘인생이 길어지’는 것을 말하려고 한다. 동시에 ‘무한히 어려지’는 심성을 말하는 것이다.

3연은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감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안한 마음과 미운 마음, 그리고 고마운 마음은 아이의 눈을 통해 재창조되는 것이다. 여기 시제는 코스모스를 보아 가을이다. 화자 나이를 연상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즉 화자의 인식의 해석이다. 그러나 아이의 눈으로 보니 삶 자체가 더 고맙다는 뜻이다.
마지막 연은 상상의 아이와 화자 현실을 비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아이가 된다는 일은 화자에게 염치없는 일임을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가을 절기로 함축한 화자와 뱃속 아이의 시적 구성은 서로 상반성을 가진다. 이것은 미학성을 창출하는 융합요소로, 좋은 작품은 대부분 그렇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정재영 장로 webmaster@cknews.co.kr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setImage2

최신기사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